북한은 이르면 오는 2017년쯤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SLBM)을 탑재한 신포급(2000t급) 신형 잠수함 한 척을 실전 배치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잠수함에는 구소련의 SLBM인 SS-N-6(최대 사거리 2400㎞)와 유사한 '북극성' 미사일 한 발이 탑재될 것으로
전망된다. 북한이 핵탄두 SLBM 미사일 한 발로 일종의 '일격필살(一擊必殺)' 전략을 구사하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북 SLBM
잠수함 한 척을 탐지·추적하는 데는 천문학적인 전력 증강 예산이 소요될 전망이다. 북한의 소형 잠수정과 무인기, 장사정포 등에 이어 SLBM까지
북한의 잇단 비대칭 위협에 '뒷북 대응'하면서 끌려다닐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북한의 이번 SLBM 개발 및 배치 전략은
전문가들의 상식을 깨는 것이다. 북한이 또 한 번 우리의 의표를 찌르는 비대칭 전략을 구사한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북한은 지난 9일 잠수함에서
모의탄을 사출(射出)해 약 150m 날아가도록 하는 데 성공했다. SLBM 탑재에는 보통 3000t급 이상의 대형 잠수함이 필요하다. 따라서
북한이 SLBM을 실전 배치하기 위해선 대형 잠수함 건조 등에 수년 이상의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됐었다.
하지만 북은 예상 밖으로
2000t급 소형 잠수함에 단 한 발의 미사일을 배치하는 전략을 쓰려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 미사일의 최대 사거리는 2000㎞가 넘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미국·일본을 위협하는 것은 물론 우리 군 탐지 범위를 벗어나는 태평양에서도 우리나라를 향해 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다는 의미다.
군 소식통은 "북한이 잠수함에 단 한 발을 탑재한다면 이는 핵탄두 미사일일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북한이 이번에 시험한 것은
모의탄(더미탄)이어서 실제 비행 시험을 하는 데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A3면에 계속
☞비대칭전력
상대방의 강점은 피하면서, 취약점을 최대한 공격해 효과를 극대화하는 전력. 일반적으로 첨단·재래식 전력에 대항하는 핵·생화학무기·탄도미사일 등의 대량살상무기나 게릴라전 등을 지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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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잠수함발사 탄도미사일(SLBM) 시험발사
수심 깊은 東海는 '잠수함 천국'… 6개국 각축전
발행일 : 2015.05.12 / 종합 A3 면 (www)
중국은 동아시아에서 미군 등의 세력확장을 막는 '접근차단/지역거부(A2/AD) 전략' 실현을 위한 핵심전력으로 잠수함을 운용 중이다. 최근에는 사거리 8000㎞ 이상의 JL-2 탄도미사일을 탑재한 신형 전략 핵잠수함(진급) 1척을 추가 배치했다.
일본의 잠수함 전력도 위협적이다. 기존 4개 잠수함대(18척)인 잠수함 전력을 6개 잠수함대(22척)로 늘릴 계획이다. 이들 잠수함대는 동중국해 감시작전용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북한이 SLBM 전력화에 나서면 동해를 활동 무대로 삼을 가능성도 높다. 64척의 잠수함을 보유한 러시아도 2013~2014년 1만9400t급(보레이급) 전략 핵잠수함 2척을 건조해 태평양함대에 배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군은 세계 6번째로 잠수함사령부를 창설했지만, 보유 잠수함은 13척에 그치고 있다. 해군 관계자는 "수심이 깊은 동해는 잠수함 천국이라 할 정도로 주변국의 잠수함 활동이 많은 곳"이라며 "동아시아 영토분쟁과 군사력 확장 추세를 감안하면 대형 잠수함 전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표] 동북아 각국의 잠수함 전력
北 잠수함발사 탄도미사일(SLBM) 시험발사
北 '비대칭戰力'에 뒷북만 치는 우리軍
발행일 : 2015.05.12 / 종합 A3 면 (www)
군 당국은 그동안 북한의 잠수함정, 장사정포 등 비대칭 위협에 대해 대응책을 세웠다고 해왔지만 지난 2010년 천안함 폭침 사건과 연평도 포격 도발 사건을 겪었다. 그 뒤 대(對)잠수함 전력과 장사정포 대응 전력 구축에 10조원 이상의 막대한 예산을 투자하고 있지만 아직도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소형 무인기 사건 때도 마찬가지 행태가 되풀이됐다.
이에 따라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으로 북한에 계속 끌려다니지 말고 북한의 도발을 원천적으로 억제할 수 있는 한국형 비대칭 전략 수립과 무기 개발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김열수 성신여대 교수는 "강대국도 가상 적국의 장거리 핵미사일에 대해 모두 대응한다기보다는 '공포의 균형'을 통해 사전 억제하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며 "우리도 북한의 SLBM에 완벽하게 대응하겠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지난 2010년 천안함 폭침 사건 이후 구성된 국방선진화추진위에서도 지상·해상·공중 등 3개 축(軸)의 한국형 비핵 전략 무기를 구축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상 무기로는 현무-2(사거리 300㎞) 등 탄도미사일, 현무-3 등 순항미사일이 거론되고 있다. 해상 무기로는 이지스함과 3000t급 장보고-3 잠수함에다 중장기적으론 원자력 추진 잠수함, 독도함보다 큰 대형 상륙함 등이 유력하다. 공중 무기는 F-35 스텔스기와 F-15K 등이 포함됐다. 이 무기들을 통해 유사시 김정은 등 북한 지휘부를 직접 겨냥하는 '참수 작전' 계획을 수립, 북한의 도발을 사전에 억제한다는 것이다. 김태우 전 통일연구원장은 "3개 축의 비핵 전략 무기는 킬 체인이나 KAMD보다 적은 돈으로 큰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긴급 안보 관련 당정 협의에서도 군의 안이함과 전략 부재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참석자들은 "북한의 미사일 위협에 그동안 우리 정부가 너무 안이하게 대처했던 것 아니냐"고 지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는 모두발언에서 "우리 미사일 방어체계의 전반적 재검토가 필요하고 이런 문제일수록 한·미 군사 동맹이 제때 실력을 발휘해야 한다"며 "북한의 도발에 대비해 우리 군이 대응 전략을 수립하고 미국과 긴밀히 공조해서 대응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민구 국방장관은 "새누리당의 말씀을 유념하겠다"며 "한·미 연합 방위 태세를 기초로 강력한 대응 체계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여당이 평소엔 가만히 있다가 일만 터지면 정부에만 책임을 떠넘기는 것 같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래픽] 북한 비대칭 위협과 우리 군의 대응방안